[기고] 바다숲의 무한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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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우 한국수산자원공단 이사장

숲은 홍수와 가뭄 피해를 막아주고, 서식 동물에게는 자라나는 공간이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숲에 나무가 사라지면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된다. 바다도 마찬가지다. 바다에서 자라는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는 다양한 생물들의 보금자리이자 먹이원이 되어주고, 어린 물고기들에게는 좋은 은신처가 되어준다. 그래서 바닷속 해조류 군락지를 ‘바다숲’이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환경오염과 수온 상승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생태계가 교란되고, 해조류를 먹고 사는 해양동물(조식동물)의 먹이활동의 증가 등으로 석회조류가 암반을 뒤덮어 하얗게 변하는 갯녹음(바다사막화)이 발생한다. ‘갯녹음’은 얕은 바다를 뜻하는 ‘갯’과 해조류 잎이 녹는다는 뜻에서 ‘녹음’을 합친 말이다. 해조류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면 자연적으로 되살리기란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정부는 바닷속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하여 해조류를 바닷속 암반 등에 이식하는 사업을 펼쳐 왔다. 이러한 바다숲 사업은 4년을 주기로 이루어진다. 사업 수행에 앞서 국내 연안에서 해조류가 자라기 좋은 장소를 선정한다. 사업 시작 후 1년차에는 자연 암반 등에 해조류 포자가 잘 붙어 자랄 수 있도록 부착기질 개선을 실시하고, 해조류 이식을 실시한다. 해조류 이식 방법은 유속 및 풍랑 등 환경적 요소를 견딜 수 있도록 자연석 또는 별도의 시설물을 설치하기도 한다.

이후 2~4년차부터는 본격적으로 바다숲을 가꾸는 기간이다. 조식동물이 과도하게 많을 경우 밀도를 낮춰주고, 해조류 성장에 방해가 되는 폐기물도 수거한다. 이식한 해조류가 사멸한 경우에는 보식작업을 통해 안정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사업 기간(1~4년차)동안 사업의 효과 검증을 위하여 관련 지침에 따라 효과조사를 수행한다.

최근에는 바다숲의 범위를 확장하여 해초류인 잘피(거머리말)숲도 적극 조성하고 있다. 잘피숲도 적지조사 이후 4년간의 사업 기간을 가진다. 잘피는 6~8월을 제외하고 이식하고 있는데, 이때 점토 및 한지법, 철사고정법 등 한국수산자원공단이 보유한 특허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성체 이식 외에도 친환경 팜사망을 활용한 씨앗망 설치, 독살 설치 등을 할용한다. 잘피숲도 마찬가지로 관련 지침에 따라 효과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바다숲은 앞서 말한 해양생물의 산란·서식·은신처 기능 외에도 인간에게 매우 이로운 존재다. 해조류는 우리의 식탁을 건강하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청정 바이오 에너지원, 의료·약품 쪽으로도 많이 활용된다. 특히 국내외 탄소중립 이슈가 대두됨에 따라 새로운 탄소흡수원, 블루카본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곧 있을 5월 10일은 바다식목일로, 바다숲에 대한 대국민 관심을 북돋우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올해 제12회를 맞이하는 바다식목일 기념행사는 정부, 민간, 학계 등 국내외 전문가가 모두 모여 바다숲의 가치에 대해 논의하는 국제포럼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기념행사를 통해 탄소흡수원으로서 바다숲을 재조명하고 다양한 미래 가치를 확인하는 공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바다식목일 기념행사는 바다 생태계의 중요성을 되짚어 보고, 바다숲 조성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취지를 살려 전국에서도 연계하여 진행된다. 국민의 작은 관심과 움직임이 더해 바다숲의 중요성을 함께 공감하고 동참하는 기념일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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