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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누들플레이션

[밀물썰물] 누들플레이션

여름이면 콩국수 집이나 냉면집 앞에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이런 걸 보면 우리 민족은 면(麵)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면은 한자어다. 영어로는 누들(noodle)이다. 우리는 통상 국수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 말을 사용한 지는 오래됐다. 고려 말 중국어 학습서 〈노걸대〉에 “우리 고려인은 습면(濕麵)을 먹는 습관이 있다”라고 했고, 〈노걸대언해〉에서는 습면을 국슈(국수)로 번역했다. 이외에도 옛 기록에 국수는 면이나 탕병(湯餠) 등으로 나온다. 면은 국수를 지칭하는 단어이자 밀가루라는 이중의 뜻으로 사용됐다. 한반도에서 국수나 면은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메밀이 주된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밀가루를 재료로 한 국수 요리가 많아진 것은 해방 후 수입 밀가루가 많아지면서부터라는 게 정설이다. 메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냉면이다. 우리나라에 냉면이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고려 말로, 몽골에서 전래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문헌상 최초로 등장한 것은 1849년에 쓰인 〈동국세시기〉이다. 여기에는 “메밀국수를 무김치와 배추김치에 말고 돼지고기 섞은 것을 냉면이라고 한다. 관서 지방의 냉면, 그중에서도 평양냉면의 맛이 일품이다”라고 소개되어 있다. 평안도는 예부터 메밀의 주산지였다. 가정에서 누구나 즐겨 먹던 평양냉면은 통상 19세기 말부터 상업적인 음식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19세기 무렵 평양냉면을 파는 식당들이 서울에도 세워졌고, 1911년에는 평양에 평양조선인면옥조합이 생길 정도로 대중적인 외식 음식이 됐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냉면을 여름철 찜통더위 때 먹는 음식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원래 냉면은 겨울에 먹는 음식이었다. 겨울에 추위를 찬 것으로 다스린다는 뜻의 이냉치냉(以冷治冷)은 바로 추운 겨울에 이를 딱딱 부딪치면서 찬 냉면을 먹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최근 서울권 냉면집들이 냉면 가격을 1000~2000원씩 올렸다. 여름철 대표 면 요리로 꼽히는 콩국수 가격 역시 인상됐다고 한다. 서민을 대표하는 칼국수와 짜장면 가격도 올랐다. 이 때문에 국수(누들)에 인플레이션을 합친 누들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외식이 잦아지는 시기다. 지갑 열기가 참 두렵다.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을 벌이지 않는다면 서민의 허리는 휘다 못해 부러져 버릴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사치를 줄이면 그만이지만, 누군가는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다. 이젠 여름철 별미마저 마음 놓고 먹기 힘든 시대가 됐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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