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5위팀, ‘봄 농구’에선 지는 법을 잊었다 [부산 KCC 우승]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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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 정규리그 부진하다 대반전
6강 플레이오프부터 슈퍼팀 본색
전창진 감독 독려에 선수들 각성
실점 많은 팀서 짠물 수비팀 변신
베테랑 라건아 ‘회춘 모드’ 펄펄
팬들도 관중 1만 명 시대로 화답

부산 KCC 허웅(오른쪽)이 5일 경기도 수원KT아레나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KCC 허웅(오른쪽)이 5일 경기도 수원KT아레나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2023-2024 프로농구(KBL)에서 부산 KCC는 대반전의 드라마를 썼다. 예상 밖의 정규리그 부진과 ‘봄 농구’의 각성, 그리고 우승까지. KBL 역대 최초 기록을 써내려가며 정상의 자리에서 한 해를 마무리했다.

개막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KCC를 우승 후보로 지목했다. 기존 멤버 허웅·이승현·라건아에다 FA(자유계약선수) 최준용을 영입했고, 시즌 초반 송교창이 군 복무를 마치고 합류해 국가대표급 전력을 갖췄다.

KCC는 최준용·송교창의 부상 여파로 정규리그를 5위(30승 24패)로 끝마쳤다. 6강 플레이오프 상대는 또 다른 우승 후보인 서울 SK(4위)였기에 힘겨운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KCC는 플레이오프를 기다렸다는 듯 ‘슈퍼팀’ 본색을 드러내며 강팀들을 연파했다. 송교창에 이어 최준용까지 돌아오며 완전체를 갖췄고, 결국 SK를 시리즈 전적 3-0으로 셧아웃시켰다. 이어 4강전에서 정규리그 1위팀 원주 DB마저 3승 1패로 물리쳤다. 정규리그 상대전적 1승 5패로 열세였던 KCC는 원정 1차전부터 잡아내며 ‘DB산성’에 균열을 냈다. 외국인 선수 알리제 존슨의 부상 결장으로 2차전을 내줬지만,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안방 3·4차전을 연거푸 승리하며 5위팀 챔프전 진출 확률 ‘0%’라는 역대 기록을 깨버렸다.

KCC 전창진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정규리그 5위란 성적이 창피하다.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며 팀을 자극했고, 이는 선수들의 각성으로 이어졌다. 정규리그에서 평균 87.5실점으로 10개 구단 중 2번째로 많은 실점을 한 KCC는 6강·4강 7경기에서 75.4실점만 내주는 ‘짠물 수비’를 과시했다.

특히, 1989년생 베테랑 라건아가 ‘회춘 모드’로 코트를 지배했다. 정규리그 평균 15.6점 8.4리바운드를 기록한 라건아는 6강·4강 7경기 23.3점 13.1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KCC는 여세를 몰아 챔프전에서도 KT를 압도했다. KT를 상대로 2차전을 내주고 1·3·4·5차전 경기를 잡으며 4승 1패로 7전 4승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리그 5위팀이 시즌 챔피언에 오르는 새 역사를 쓴 것이다.

KCC가 연고지 이전 첫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부산 시민들에게도 각별한 선물이 됐다. 부산 연고의 프로구단 중 우승컵을 차지한 건 1997년 프로축구 대우 로얄즈와 프로농구 기아 엔터프라이즈 이후 27년 만이다.

최고 인기 구단인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1992년 이후 32년째 우승 소식이 없다.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는 K리그1 우승은커녕 아직 2부리그인 K리그2에 머물러 있다.

KCC의 활약에 부산 팬들은 화끈하게 화답했다. 사직체육관 안방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3차전(1일)에 1만 496명, 4차전(3일)은 1만 1217명의 관중이 찾아 프로농구 관중 1만 명 시대를 다시 열어젖혔다. KBL 관중이 1만 명을 넘긴 건 2012년 3월 24일 홈팀 부산 KT와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의 4강 플레이오프 4차전(1만 2815명)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엔 사직체육관 좌석이 지금보다 훨씬 많던 시절이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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